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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침곡역 철도마을, 섬진강 기차마을, 압록유원지

by 여행 줌마 2026. 1. 27.

전남 곡성 침곡역 철도마을 전경

전남 곡성의 침곡역 철도마을은 1933년 개통된 옛 경전선의 작은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레트로 감성 마을이다. 지금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역사 건물과 철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폐선된 철로 위를 따라 산책하며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곳곳에 있고, 기차 모형과 옛 간판, 철도 관련 소품들로 꾸며진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한적해 복잡한 관광지와는 다른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르며, 봄엔 벚꽃, 가을엔 억새와 단풍이 철길 주변을 물들인다. 주민들이 가꾼 작은 정원과 벽화 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며, 가족 여행과 감성 사진 촬영, 힐링 산책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1. 침곡역 철도마을 – 시간이 멈춘 작은 기차마을

침곡역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낡은 역사 건물이었다. 1933년 개통 이후 수십 년간 이곳을 지켜온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현재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역사 건물과 철길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기억을 증언하고 있었다. 플랫폼에 서서 철길을 바라보니, 예전에 이곳을 오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출장을 가는 사람, 고향을 찾는 사람, 새로운 삶을 꿈꾸며 기차에 올랐던 사람들. 그들의 설렘과 기대, 때로는 아쉬움이 이 작은 역에 켜켜이 쌓여 있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플랫폼을 걸으며,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의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도시의 소음과 속도에 지친 사람에게 이런 고요함은 하나의 선물이었다. 폐선된 철로 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철길 사이로 자란 풀과 이끼가 오랜 시간 방치된 흔적을 보여주었지만, 그 모습조차도 그림 같았다. 녹슨 레일 위로 햇빛이 비추며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이 작은 소리를 냈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나타났다. 어떤 곳에는 오래된 신호등이 서 있고, 어떤 곳에는 철로를 건너는 작은 목교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위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멀리 산자락이 보이고, 가까이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 마을은 철도와 함께 성장했고, 철도가 멈추면서 함께 멈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멈춤이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평온함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기차 모형과 옛 간판, 철도 관련 소품들로 꾸며진 마을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집 마당에는 작은 기차 모형이 놓여 있고, 어떤 벽면에는 옛날 역무원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주민들이 직접 가꾼 작은 정원에는 철도 침목을 활용한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위에 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런 소소함이 마을 전체에 통일감을 주며, 방문객들에게 '철도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전달했다. 나는 골목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이런 작은 풍경들을 카메라에 하나하나 담았다. 복잡한 관광지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매력이 있었다. 주민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공간이었고, 그 손길 덕분에 폐역은 살아있는 추억의 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철길 위를 걸으며 과거를 상상하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현재를 음미하고, 마을 골목을 거닐며 미래를 생각했다. 침곡역 철도마을은 거창한 볼거리 대신 소박한 감동을 주는 곳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2. 섬진강 기차마을

침곡역 철도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이 있다. 이곳은 실제 증기기관차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나는 침곡역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섬진강 기차마을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침곡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침곡역이 조용하고 사색적이라면, 섬진강 기차마을은 활기차고 생동감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고, 증기기관차가 출발할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도 증기기관차에 탑승했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주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강변에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렸다. 계절별로 꽃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봄에는 장미,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난다는 안내판을 보며, 다음엔 꽃이 만발한 시기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레일바이크도 섬진강 기차마을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철길 위를 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경험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탈 수 있는 2인용, 4인용 레일바이크는 대화를 나누며 풍경을 즐기기에 최적이었다. 나는 혼자 방문했지만, 2인용 레일바이크에 탑승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햇살이 등을 따뜻하게 데웠다. 앞에서 달리는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뒤에서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침곡역과 달리 적극적으로 즐기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직접 탑승하고 페달을 밟으며 참여하는 공간이었다. 체험할 거리가 많고, 사진 찍을 포인트도 곳곳에 있었다. 섬진강 변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강을 따라 조성된 평탄한 산책길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나는 오후 늦은 시간에 이 산책로를 걸었다. 일몰 시간대가 다가오며 하늘이 점차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강물에 반사된 노을이 일렁이며 황금빛으로 빛났다. 이 풍경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험이었다. 산책로는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도 유명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걷는 속도가 더 좋았다. 천천히 걸으며 강바람을 맞고, 강물 소리를 듣고,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천천히 풀려나갔다.

3. 압록유원지와 곡성의 맛

곡성 압록유원지는 넓은 잔디와 강변이 어우러진 휴식 공간이다. 나는 압록유원지에 도착해 먼저 넓은 잔디밭을 걸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연인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강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멀리 산 너머로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이곳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저 넓은 공간과 자연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복잡한 일정 없이 그냥 누워서 하늘을 보거나, 강변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 이런 소박한 행복이 압록유원지에서는 가능했다. 나는 강변 벤치에 앉아 한참을 그냥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었다. 이런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귀한 순간일 때가 많다.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존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압록유원지는 그런 시간을 허락하는 공간이었다.

곡성의 음식은 지역 특산물과 향토 음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섬진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요리와 곡성의 청정 농산물을 활용한 밥상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재첩국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고, 참게탕은 깊은 맛이 일품이다.  재첩국은 여러 번 먹어봐서 참게탕을 선택했다. 강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가 주는 신선함과 담백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반찬으로 나온 나물과 김치도 정갈했다. 과하게 양념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이었다. 이런 밥상 앞에 앉아 있으니, 곡성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이 음식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강과 산, 들판이 어우러진 곡성의 풍경이 그대로 밥상에 올라온 것 같았다. 화려한 코스 요리가 아니어도,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성 어린 한 끼가 훨씬 기억에 남는다. 침곡역 인근에는 작은 카페들도 있었다. 기차를 테마로 꾸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철길이 보이고, 오래된 역사가 보였다. 커피를 홀짝이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었다. 침곡역에서 시작해 섬진강 기차마을을 거쳐, 압록유원지까지. 각각의 장소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었지만, 모두 곡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여행을 마치며

곡성 침곡역 철도마을 폐선된 철로 위를 걷는 동안, 나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묘한 감각을 경험했다. 예전에 이곳을 오갔을 사람들의 발걸음 위에 내 발걸음을 겹쳐 놓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시간과 내 시간이 철길 위에서 만났다. 침곡역에서 시작해 섬진강 기차마을의 활기를, 태안사 계곡의 고요함을, 압록유원지의 여유로움을 차례로 경험하며, 곡성이라는 지역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한 곳에서 모든 걸 보여주려 하지 않고, 각각의 장소가 자기만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여행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 속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당신도 이곳에 와서, 시간이 멈춘 플랫폼에 서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  다음 계절에, 다른 풍경 속에서, 같은 플랫폼에 서기 위해 나는 분명히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