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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청산도(가볼 만한 곳, 맛집, 추천 꿀팁)

by 여행 줌마 2026. 1. 22.

전남 완도 청산도 앞바다 전경

겨울의 청산도는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길을 걷는다. 바닷바람과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고요함 속에서, 계절을 쉬어가는 슬로시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이라 더 아름답고, 겨울이라 더 조용한 청산도. 지금 그 섬으로 떠나려고 한다.

1. 청산도 가볼 만한 곳 – 겨울 숨겨진 풍경들

완도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청산도 도청항에 닿기까지는 대략 50분이 걸린다.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건 적막이 아니라 여유였다. 여름철이라면 관광객들로 북적였을 선착장 앞 광장은 텅 비어 있었고, 몇몇 주민들만이 바쁠 것도 없이 느릿느릿 짐을 나르고 있었다.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지만, 다른 어떤 계절보다 겨울에 와보니 그 의미가 비로소 피부로 와닿았다. 빠르게 보려 하지 말고, 천천히 느끼라는 섬의 무언 신호 같았다. 도청리에서 시작되는 슬로길은 총 11개 코스로 나뉘어 있지만, 겨울철에는 일부 구간만 개방되어 있어 오히려 선택의 부담이 줄어든다. 나는 범바위에서 서편제길로 이어지는 구간을 택했다. 이 길은 청산도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 코스로, 겨울 바다 특유의 차가운 투명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도는 잔잔했고, 수평선 너머로 관매도와 소안도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바람은 매서웠지만, 그 바람 속에서도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당리마을은 청산도의 대표적인 돌담마을이다. 좁은 골목길 사이 돌담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고, 돌담 여기저기 자라난 이끼와 풀들은 겨울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는 오래된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주민 말로는 수백 년은 족히 됐다고 한다. 나무 아래 평상에 잠시 앉아 바람을 맞으며 쉬는데, 이 섬에서는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마을 뒤편으로는 대봉산이 자리 잡고 있어, 정상까지 오르면 청산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까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되지만, 겨울 공기 속에서 걷는 산길은 생각보다 상쾌했다. 대봉산 아래 펼쳐진 논두렁길은 청산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여름이면 푸르른 논밭이 펼쳐지겠지만, 겨울에는 황금빛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일렁인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빈집들과 폐가가 눈에 들어온다. 쓸쓸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풍경에서 섬의 진솔한 모습을 발견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기에,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곳. 청산도는 그런 섬이었다. 범바위 전망대는 청산도에서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다. 겨울 해는 일찍 지지만, 그 짧은 순간의 붉은빛은 여름 석양보다 훨씬 강렬하다. 전망대에 홀로 서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데,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없어서 외롭지 않냐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외로움이 아니라 온전함이었다고.

2. 청산도 맛집 – 따뜻한 겨울 식탁

청산도의 식당은 많지 않다. 특히 겨울철에는 문을 닫는 곳도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다. 하지만 겨울에도 열려 있는 식당에서는 주인장의 정성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도청리 선착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 아침으로 전복죽을 먹었다. 뚝배기에 담긴 죽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고, 전복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겨울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전복이라 신선함이 달랐다. 주인 할머니는 "겨울 전복이 제일 살이 올라"라며 한 그릇 더 먹으라고 권했다. 점심은 당리마을 안쪽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해결했다. 메뉴판도 따로 없고, 그날 잡힌 생선으로 차려주는 백반 정식이 전부였다. 이날은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그리고 김과 멸치볶음이 반찬으로 나왔다. 고등어는 살이 두툼하고 기름기가 적당했다. 겨울 고등어는 비린내가 덜하고 담백해서 더 맛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 된장찌개는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끓인 듯했고, 건더기로 들어간 감자와 호박이 푹 익어 국물에 고소함을 더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몸속까지 온기가 차올랐다. 서편제길 인근에는 해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직접 채취한 해조류로 만든 차를 판매하는데, 나는 톳차를 주문했다. 은은한 바다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따뜻한 차 한 잔이 찬바람에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었다. 카페 주인은 여름에는 관광객이 많아 바쁘지만, 겨울에는 이렇게 한가롭게 손님과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고,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카페 안까지 들려왔다. 저녁은 도청리로 돌아와 한 해물탕집에서 먹었다. 우럭과 전복, 새우가 가득 들어간 해물탕은 푸짐했고,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칼칼한 양념이 겨울 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밥을 말아먹으니 한 끼 식사로 완벽했다. 식당 안에는 나 말고도 몇몇 여행객이 있었는데, 모두들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았다. 청산도의 겨울 식탁은 화려하지 않지만, 바다의 맛을 가장 솔직하게 담고 있었다.

3. 추천 꿀팁 – 청산도를 더 깊이 느끼는 법

청산도를 여행할 때는 자전거를 빌리는 것을 추천한다. 도청항 근처에 자전거 대여소가 몇 곳 있고, 하루 종일 빌려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세니 바람막이를 꼭 챙겨 입어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걷는 것보다 훨씬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또 페달을 밟는 자체가 슬로시티의 템포와 잘 맞았다. 숙소는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겨울철에는 문을 닫는 민박이 많아서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나는 당리마을에 있는 한 민박에 묵었는데, 방 안은 따뜻했고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도시에서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민박 주인은 친절했고, 아침 식사로 직접 끓인 미역국을 내주었다. 겨울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이라 향이 진했다. 청산도에는 편의점이 없다. 작은 슈퍼마켓 몇 곳이 있지만, 필요한 물품은 미리 챙겨가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간식이나 음료수는 준비해 가는 게 좋다. 겨울철에는 일몰이 빠르니, 오후 4시 이후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가로등이 많지 않아 길을 찾기 어렵고, 바람도 더 차가워진다. 섬 안에서는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존중해야 한다. 마을 골목길을 걸을 때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사진을 찍을 때도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주민 대부분은 고령이고, 그들의 삶 자체가 청산도 풍경의 일부다.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다정한 미소로 답해준다. 어떤 할머니는 "겨울에도 오는 사람이 있네"라며 신기해했다. 청산도는 봄의 유채꽃, 여름의 푸른 바다, 가을의 억새로 유명하지만, 겨울의 고요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사람이 적어서 섬 본연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주민들과의 대화도 더 깊어진다. 겨울 청산도는 화려함 대신 깊이를, 북적임 대신 평온을 선물한다.

여행을 마치며

청산도를 떠나며 도청항 대합실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방파제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 등대는 바다를 향해 서 있었고, 그 뒤로는 당리마을의 돌담과 대봉산의 능선이 겹쳐 보였다. 이 풍경을 다시 보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올 때는 봄일지, 가을일지 모르겠지만, 겨울의 청산도가 내게 남긴 고요함만큼은 계절을 타지 않을 것 같다.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평선, 서편제길에서 맞은 바람, 당리마을 돌담 사이로 스며든 햇살. 그 모든 순간이 청산도라는 이름 석 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슬로시티는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머무르며 이곳의 속도에 맞춰 나 자신의 속도를 되찾는 곳이다. 청산도는 그 약속을 겨울에도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