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하루가 꽉 차는 도시였다. 월명공원 숲길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은파호수공원 수변길을 따라 느릿하게 걸으며, 군산 특유의 맛으로 배를 채운 완벽한 하루였다.
1. 월명공원 산책
아침 일정은 월명공원으로 시작했다. 군산 시내 한복판에 있었지만, 입구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완만한 오르막과 정비된 산책로 덕분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었고, 걷는 동안 솔향과 흙냄새가 은근하게 따라왔다. 중간중간 전망대에 서니 군산항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바다와 도시가 나란히 놓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시야가 트여 있어 답답함이 없었다. 월명공원은 천천히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숲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은근히 보이는 근대 건물 지붕들과 오래된 동네 풍경이 군산이라는 도시의 시간을 조용히 말해주었다. 산책로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완만한 길을 선택했더니 노약자나 아이들도 함께 걷기 좋았다. 길 옆으로는 벚나무와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낼 것 같았다. 중턱쯤에 있는 팔각정에서 잠시 쉬었다. 정자에서 바라본 군산항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멀리 보이는 바다 수평선이 시원스러웠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컨테이너 크레인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 모든 풍경이 한눈에 담겨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상 부근에는 수시탑이라는 이름의 탑이 서 있었고, 그 주변으로 더 넓은 전망이 펼쳐졌다. 탑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한쪽으로는 금강 하구둑이 보였고, 다른 쪽으로는 시내 중심가가 펼쳐졌다. 군산이라는 도시의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였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와 다른 코스를 선택했다. 계단 대신 완만한 흙길로 내려가니 또 다른 곳을 가는 가는 기분이었다. 아침 운동을 하는 주민들과 마주쳤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공원 입구로 돌아오니 한 시간 남짓 걸린 산책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2. 은파호수공원 수변길
점심을 먹고 이동한 곳은 은파호수공원이었다. 군산에서 가장 걷기 편한 장소 중 하나로, 호수를 따라 조성된 수변 데크길이 길게 이어졌다. 물 위에 비친 하늘과 나무 그림자를 보며 걷다 보니 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호수 주변은 평지라 걷는데 부담이 없었고, 벤치와 쉼터가 많아 쉬엄쉬엄 이동하기 좋았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 좋은 날이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 나온 가족, 사진을 찍는 연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호수 한 바퀴를 다 돌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중간중간 멈춰 서서 물결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여행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도시공원이었지만 한적했고, 물이 주는 안정감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은파호수는 군산 시민들의 휴식처로, 넓은 수면과 잘 가꿔진 산책로가 특징이었다. 데크길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걷는 느낌이 부드러웠고, 곳곳에 조형물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호수 중앙에는 분수대가 있어 정해진 시간에 물쇼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오면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변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양한 수생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갈대밭과 연꽃이 군락을 이루로, 새들이 날아와 쉬는 모습도 보였다. 백로 한 마리가 물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호수 한쪽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부모님을 동반한 꼬마손님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활기차게 들렸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카페 겸 매점에서 음료를 하나 샀다.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에 잔물결이 일었고,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이런 평화로운 순간이 여행의 진짜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3. 군산의 맛집
군산에 왔다면 식사는 빠질 수 없었다. 점심은 군산 하면 떠오르는 짬뽕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자극적이기보다는 깊은 국물 맛이 속을 뻥 뚫는 기분이었다. 많이 걷지 않았어도 여행 기분이 제대로 났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화요리집을 들어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해물짬뽕과 군산식 짜장면이 유명했다. 나는 해물짬뽕을 주문했다. 짬뽕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얼큰했고, 해물이 신선하고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면발도 쫄깃해서 다 먹을때까지 불지 않고 먹었다. 함께 나온 단무지와 양파도 아삭아삭 맛있었다. 은파호수공원 근처에는 카페도 많아 산책 후 커피 한 잔 하기 좋았다. 창밖으로 호수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잠시 쉬는 것만으로도 오후 일정이 완성됐다. 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는 산책으로 지친 몸에 달콤한 휴식을 주었다. 시간이 남는다면 근대역사박물관이나 초원사진관 쪽으로 이동해 군산의 또 다른 얼굴을 살짝 둘러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었다. 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과거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축물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료도 저렴하고 전시 내용도 알차서 들러볼 만했다. 초원사진관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으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사진관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저녁은 혼자 먹어도 부담 없는 백반과 생선구이로 마무리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든든한 한 끼가 하루를 정리해 주었다. 식당에서 나와 군산 시내를 천천히 걸으며 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거리에는 저녁노을이 내려앉고 있었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여행을 마치며
월명공원의 숲길과 은파호수공원의 수변길은 많이 걷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도시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과 물가를 따라 걷던 오후, 그리고 소박한 군산의 한 끼까지. 오늘의 편안한 여행으로 기억에 남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이 부담스러울 때,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을 때 군산은 좋은 선택이 됐다. 월명공원에서 마신 상쾌한 아침 공기, 은파호수 수면에 비친 하늘의 푸르름, 해물짬뽕의 시원한 국물 맛, 카페 창가에서 바라본 호수의 평화로움. 이 모든 순간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하루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