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진안의 마이산은 독특한 두 봉우리만으로 어디에 있는 지를 단숨에 알게 하는 명산이다. 역암으로 이루어진 산 전체는 수천만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지질 유산이며, 그 속에는 사람의 손으로 세운 돌탑과 고요한 사찰, 그리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이 겹겹이 쌓여 있다. 마이산만 걷고 떠나기엔 아쉬운 진안. 주변엔 고즈넉한 계곡, 지역 특산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스파까지 있어 1박 2일 여행지로 제격이다.
1. 진안 마이산 두 개의 봉우리
마이산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두 개의 봉우리다. 암마이봉 687.4m, 수마이봉 681.1m. 말의 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두 봉우리는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저게 마이산이구나" 하고 단번에 알아챌 만큼 유난히 하늘을 향해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리서 보이는 모습과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 산 전체가 자갈과 모래가 섞여 굳어진 역암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 눈앞의 풍경이 전혀 달라 보인다. 수천만 년의 시간이 압축된 지질학적 걸작이다. 남부주차장에서 출발하는 탐방로는 탑사와 은수사로 이어지는 코스가 대표적으로 약 1.5시간 소요된다. 은수사에서 암마이봉 정상까지는 약 1시간 더 소요되지만 오늘 나는 은수사까지만 오르기로 했다. 왜냐하면 마이산의 진짜 매력인 암석의 진짜 모습을 자세히 보고 듣고 싶어서다. 내가 오르는 이코스는 과거 단층 작용으로 생긴 호수에 자갈과 모래가 쌓이고, 오랜 시간 열과 압력을 받아 암석화되었으며, 침식 과정에서 상부 암석이 사라지며 현재의 역암층이 드러났다고 한다. 특히 남사면에서 눈에 띄는 벌집 같은 구멍들인 타포니는 마이산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수 cm부터 수 m까지 다양한 크기의 풍화 구멍은 물이 고였다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구멍이 점차 넓어졌다고 한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인공 구조물처럼 정교해 보이는데, 이게 자연이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손끝으로 바위를 더듬으며, 몇만 년의 역사가 내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남부주차장에서 약 1.9km 지점에 위치한 탑사는 마이산 탐방의 하이라이트다. 이갑용 처사가 쌓은 80여 개의 돌탑으로 유명한데, 크고 작은 탑들이 모여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어떤 탑은 다부지고, 어떤 탑은 가늘며, 어떤 탑은 의외로 높다. 그중 가장 큰 탑으로 대웅전 뒤의 천지탑 한 쌍이 안내된다. 중요한 건 이 돌탑들이 다듬은 석재가 아니라 자연석을 차곡차곡 올려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탑사 앞에 서면 "사람이 만든 풍경"인데도 묘하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돌 하나하나가 제각각 다른 크기와 형태를 지녔는데, 그것들이 무너지지 않고 수십 년째 서 있다는 게 경이롭다. 바람이 불어도, 비가 쏟아져도, 눈이 내려도 그 자리를 지킨다. 탑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이갑용 처사가 이 돌들을 하나씩 올릴 때의 집중과 기도를 상상했다. 경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 제386호, 줄사철나무 군락 제380호 같은 자연유산이 보존되어 있다. 게다가 이곳은 '역고드름'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은수사 쪽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마이산은 자연의 다양한 신비를 간직한 채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2. 진안홍삼스파
마이산 탐방이 끝나고 몸을 피로를 부드럽게 풀어줄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진안홍삼스파로 향했다. 이곳은 데스티네이션 스파와 퍼블릭 스파로 나누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온천이나 찜질방이 아니라, 진안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고원, 물, 건강. 이 세 가지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이산의 신비를 느끼느라 피로한 몸을 따뜻한 물과 은은한 홍삼 향으로 천천히 풀어냈다. 스파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공간의 여유로움이었다. 천장은 적당히 높고, 조명은 은은하며, 벽면은 목재와 돌의 질감을 살려 마감되어 있다. 이 공간 자체가 진안의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진안홍삼스파의 핵심은 역시 홍삼 성분이 함유된 물이다. 진안은 홍삼 산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스파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차별화되어 있다. 물속에 몸을 담그면 진한 홍삼 향이 코끝을 스친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온몸의 감각을 살려주는 듯하다. 발끝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따뜻함이 종아리, 허벅지, 허리, 어깨를 차례로 감싸며, 아침부터 걸었던 산길의 긴장을 하나씩 풀어주었다. 물의 온도는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뜻했다. 그래서 오래 담가 있어도 부담이 없어 눈을 감고 물속에 가만히 앉아 마이산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렸다. 타포니의 질감, 돌탑의 균형, 은수사의 고요. 그 모든 것이 물의 온기와 함께 천천히 녹아내렸다. 편백 큐브 테라피는 진안홍삼스파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프로그램으로 적극 추천한. 작은 나무 큐브들이 담긴 공간에 몸을 눕히면, 편백 향이 호흡과 함께 들어온다. 나무의 질감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미세한 마사지 효과가 느껴지고, 그 촉감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큐브들이 몸의 무게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등과 허리, 팔과 다리를 따라 분산되어,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있다기보다는 수천 개의 작은 나무 조각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편백 특유의 피톤치드 향이 코와 폐로 깊숙이 들어오며,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3. 진안 향토 맛집
진안 마이산을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면 '흑돼지'와 '더덕' 조합의 음식점이 자주 보이는데, 진안 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향토음식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음식점에 들어가 흑돼지더덕구이정식을 주문했다.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고, 그 옆에 더덕이 함께 구워진다. 고기의 기름이 스며든 더덕이 노릇하게 익어가는 것을 보며, 이 조합이 왜 진안을 대표하는지 이해했다. 첫 입에서 고기의 육즙이 터지고, 두 번째 입에서 더덕의 향긋함이 코를 자극했다. 세 번째 입부터는 이 둘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맛으로 어우러졌다. 상추 한 장에 고기와 더덕을 올리고, 쌈장을 살짝 곁들여 한 입에 넣으면, 진안의 고원이 입 안에서 펼쳐진다. 국물요리로 버섯전골을 선택했다. 표고, 느타리, 팽이, 새송이 등 다양한 버섯이 육수 속에서 익어간다. 국물 한 숟갈을 떠먹으니, 버섯의 깊은 풍미가 혀끝을 감싼다. 칼칼하면서도 담백하고 개운했다. 오늘은 맛보지 못했지만 자연밥상 리뷰 소개를 보면 흑돼지쌈밥·곤드레밥도 홍삼·산나물 같은 여러 반찬들과 함께 적극 추천되어 있다. 오전 이른 시간에 여행을 시작하면 마이산 외에도 주변 용담호생태습지와 운일암 반일암에 들러 그곳의 백반정식도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집밥처럼 차려진다. 집밥의 또 다른 매력으로 배가 부른데도 숟가락 젓가락을 놓지 못하고 자꾸 먹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마치며
진안 마이산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돌들의 향연, 홍삼스파, 향토음식, 공기, 빛, 시간 등 이 모든 것들이다. 당신이 산을 좋아하든, 물을 좋아하든, 음식을 좋아하든, 진안은 당신의 취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여행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고. 바위를 만지고, 돌탑을 세어보고, 물에 몸을 담그고, 밥상 앞에 오래 앉아 있게 될 때, 그곳 진안은 당신에게 제대로 말을 건넬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당신도 나처럼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