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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내장산 단풍터널, 백양사, 정읍의 맛

by 여행 줌마 2026. 2. 5.

정읍 내장산 단풍터널 전경

가을이 오면 자연은 색으로 말을 건넨다. 내장산 단풍터널의 붉은 지붕 아래를 걷고, 백양사와 내장사의 고요함 속에 머물며, 정읍 한우국밥으로 몸을 녹인 완벽한 가을 하루였다.

1. 내장산 단풍터널

아침 일찍 정읍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 단풍터널이었다. 내장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단풍 명소답게, 가을이면 산 전체가 붉은색과 주황색, 노란색으로 겹겹이 물들었다. 특히 국립공원 입구에서 내장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은 단풍터널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단풍나무들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어, 마치 붉은 지붕 아래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 때마다 색감은 더욱 선명해졌고, 바람이 불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발밑을 채웠다. 이 길은 오르막이나 험한 구간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천천히 걷는 연인들, 부모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까지 풍경의 일부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길 중간중간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잠시 앉아 단풍을 올려다보았다. 내장산의 가을은 그야말로 자연과 사람들이 형형색색 화려했다. 단풍터널을 걷는 이 시간만으로도 정읍까지 온 이유는 충분했다. 터널 중간쯤에는 작은 다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계곡과 단풍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계곡물은 맑게 흘렀고, 물속에는 떨어진 단풍잎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계속 지나갔지만 서두르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가을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터널을 빠져나오니 내장사로 향하는 오솔길이 이어졌다. 길 옆으로는 단풍나무뿐 아니라 은행나무도 줄지어 서 있어 노란색과 붉은색이 교차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길가에는 작은 매점과 카페들이 있어 간단히 차를 마시며 쉴 수도 있었다. 한 카페에서 호떡과 따뜻한 커피를 샀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호떡을 베어 물으니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단풍천지였다.

2. 백양사와 내장사

단풍터널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내장사가 나타났다. 단풍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대웅전과 석탑은 가을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사찰 앞 연못에 비친 단풍의 반영은 사진보다 눈으로 담고 싶은 장면이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었고, 노란 잎이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위를 밟으며 걷는 느낌이 특별했다.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며 각 전각을 구경했다. 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소원을 빌었다. 조용한 산사의 분위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이후 전남 장성 경계에 위치한 백양사로 이동했다. 차로 20분 정도 걸렸는데, 가는 길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단풍 풍경이 아름다웠다. 백양사는 단풍과 산사의 조화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사찰로 들어서는 길부터 단풍이 빽빽하게 이어졌고, 경내에 들어서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졌다. 백양사는 백학봉 아래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로, 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회색 기와, 고요한 마당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졌다. 대웅전 앞에 서서 잠시 머물렀다. 종소리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멀어지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또렷했다. 화려한 단풍을 보고 난 뒤라서 인지, 백양사의 고요함은 더 깊게 다가왔다. 걷고, 멈추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장산의 가을은 이렇게 자연과 마음을 동시에 물들였다. 백양사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절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약사암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였다. 계곡물소리가 청아했고, 물가에는 단풍이 드리워져 있었다. 중간에 작은 폭포도 있어 잠시 멈춰 서서 구경했다.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만드는 소리가 시원했다. 약사암까지는 오르지 않고 중간쯤에서 되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풍경도 올라갈 때와는 또 달랐다. 같은 길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자연의 묘미였다.

3. 정읍의 맛

가을 산책을 마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허기가 찾아왔다. 점심은 정읍 시내로 이동해 정읍 한우거리에 위치한 로컬 맛집에서 해결했다. 그중에서도 지역 주민 추천으로 찾은 곳은 정읍한우명가였다. 이곳은 한우 불고기와 한우국밥으로 유명한 집이었다. 주문한 한우국밥은 맑고 깊은 국물에 부드러운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단풍 구경으로 조금 쌀쌀해진 몸이 국물 한 숟갈에 단번에 풀렸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전라도 특유의 푸짐함이 느껴졌고, 특히 묵은지와 나물 반찬이 인상적이었다. 부담 없이 먹기 좋으면서도 정읍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한 끼였다. 국밥에 밥을 말아먹으니 속이 든든해졌다. 고기는 잡내 하나 없이 깔끔했고, 육수는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았다. 김치와 깍두기도 맛있어서 계속 손이 갔다. 식당 주인분께서 반찬을 더 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따뜻한 인심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식사 후에는 정읍 쌍화차거리를 찾았다. 정읍경찰서에서 정읍세무서까지 이어지는 새암로 일대에 30년 이상 된 찻집 등 10여 곳 이상이 운영 중으로 정읍의 대표 음식 문화거리 이기도 하다. 몸이 이끌리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곱돌 찻잔에 밤, 대추, 견과류를 듬뿍 넣어 진하게 끓여낸 전통 쌍화탕을 주문했다. 구운 가래떡은 서비스로 나왔는데 겉바속촉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한 식감이 너무 좋았다. 이곳의 쌍화차는 주재료인 지황과 각종 한약재를 직접 정성 들여 끓여서 판매한다고 한다. 쌍화차 한잔으로 여행 후 몸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창밖으로 해가 기울고, 오늘 걸었던 단풍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약재로 만든 쌍화탕의 향기를 듬뿍 맡으면서 창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마치며

정읍 내장산의 가을은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충분히 완성됐다. 단풍터널을 천천히 걷고, 산사에 머물며 마음을 내려놓고, 따뜻한 한 끼로 하루를 정리하면 됐다. 이곳 내장산은 매년 가을에 찾게 된다. 단풍터널을 걸으며 느낀 압도적인 아름다움, 내장사와 백양사에서 만난 고즈넉한 평화, 정읍 시내에서 맛본 따뜻한 인심과 음식.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가을 하루를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단풍을 보며 이미 다음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을이 깊어지는 날, 특별한 이유 없이도 떠나고 싶다면 정읍 내장산으로 향해보자. 그곳에서 가을은 가장 자기 다운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