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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자림과 조천 바다(숲길, 바다 앞, 함께 여행)

by 여행 줌마 2026. 1. 15.

제주 비자림과 조천바다 전경

가족과 함께 제주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혼자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여행이었고, 누군가와 같이 한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은 장면들이 있었다.  제주도 숙소 → 비자림 산책 → 조천 바다 이동 → 바다 앞에서 충분히 머물기. 비자림은 길이 평탄하고 동선이 정해져 있어 연령대가 달라도 함께 걷기 수월하다, 조천 바다는 상업적인 소음이 크지 않아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가족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속도 맞추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 비자림 숲길

비자림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는 바로 달라진다. 아이들도 처음엔 조용해지고,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춘다. 숲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듯하다. 비자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지만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안쪽으로 깊어지는 느낌이 든다. 바닥은 푹신한 흙길이라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해진다. 가족끼리 나란히 걷기 좋은 길이라 누군가 뒤처지지 않는다. 이 숲에서는 대화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대신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발밑에서 나는 낮은 발걸음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리듬이 가족의 호흡을 맞춰준다. 누군가는 나무를 올려다보고, 누군가는 바닥을 본다. 각자 다른 걸 보고 있어도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이 분명하다. 아이가 “여기 공기 냄새가 달라”라고 말했을 때, 자연스럽게 말없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느끼고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보다는 같이 걷고,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제스처가 기억에 남는다. 비자림은 가족 여행에서 흔히 생기는 ‘다음 어디 가지?’라는 질문을 잠시 잊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숲이다.

2. 조천 바다 앞

비자림에서 조천 바다로 이동하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숲의 수직적인 느낌에서 바다의 수평선으로 바뀌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느껴진다. 조천 바다는 소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가족끼리 있어도 과하게 붐비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는 바다 가까이 가서 파도를 보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천천히 모래사장을 걷는다. 이러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이루어진다. 굳이 다 같이 같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파도 소리는 일정하고, 바람은 세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래를 만지며 놀고, 어른들은 바다를 오래 바라본다.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해가 기울면서 바다 색이 조금씩 바뀌는데, 그 변화를 같이 보게 된다. 누군가가 “벌써 색이 달라졌네”라고 말하면, 다들 같은 방향을 본다. 이런 순간이 가족 여행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같은 장면을 공유하는 시간. 조천바다는 그런 장면을 만들어준다. 오래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고,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각자의 방식으로 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3. 함께한 여행

이번 여행에서 확실하게 느낀 건, 가족과 함께해도 혼자인 것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곳이라는 것이다. 비자림에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이 맞춰졌고, 조천 바다에서는 각자의 휴식 방식이 존중됐다. 그 사이에서 불필요한 피로가 거의 없었다. 일정에 쫓기지 않았고, 굳이 뭔가를 더 하지 않아도 하루가 충분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다들 말이 많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편안했다. 이건 만족했다는 신호다. 아이들도 “또 오고 싶다”라고 말했고, 어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보다 기억이, 장소보다 감정이 남는 여행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그대로 바라봐주면서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장면들이 분명히 있었다.

결론

비자림과 조천 바다는 가족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빨리 보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많이 즐기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걸을 수 있게 해 주고, 앉아 있을 수 있게 해 준다. 그 안에서 가족은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이 코스는 계획을 요란하게 많이 세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비워둘수록 좋다. 다녀오고 나면 괜히 이런 말이 나온다. “여기는 가족이랑 오길 잘했다.” 제주에는 수많은 장소가 있지만, 이 조합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음에 다시 제주에 오게 된다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이 숲과 바다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