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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겨울여행(괴산호, 산막이마을, 구름다리)

by 여행 줌마 2026. 1. 21.

충청북도 괴산 산막이 옛길의 연하협 구름다리

겨울이 되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있고 싶어진다. 충청북도 괴산의 산막이옛길은 바로 그런 마음에 딱 맞는 곳이었다. 괴산호를 따라 이어지는 3.1km의 나무데크 길을 걸으며, 하얀 서리가 내린 나뭇가지와 고요한 호수의 풍경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치유의 길이었고, 그 끝에서 만난 산막이마을의 느린 시간은 내게 잊고 있던 여유를 선물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빠르지 않지만 깊이 있는 괴산에서의 겨울 하루는 내 안의 고요함을 일깨워준 소중한 여행이었다.

1. 산막이옛길 괴산호 – 호수 위를 걷는 듯한 데크 산책

겨울이 되니까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서 괴산으로 향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산막이옛길, 이름은 들어봤지만 직접 와본 건 처음이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괴산호가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고, 호숫가를 따라 나무데크가 쭉 놓여 있었다. 얇게 내린 눈이 데크 위에 쌓여 있어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묘하게 나를 반겨주는 듯했다. 호수 위로는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나뭇가지마다 서리가 내려앉아 있어서 진짜 그림 같았다. 3.1km 정도 되는 길인데, 호수를 끼고 계속 걸으니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쉼터와 전망대가 나오는데, 특히 고인돌쉼터에서 본 괴산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진도 여기서 많이 찍었다. 원래 이 길은 산 너머 마을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그날은 바람도 안 불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좋았다. 이어폰도 안 꽂고 핸드폰도 그냥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그냥 자연 소리만 들으면서 걷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나는 원래 추위를 견디는 게 힘들어 겨울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날은 걱정했던 것만큼 많이 춥지도 않아 나쁘지 않았다. 물소리도 잔잔하게 들리고, 새소리도 가끔 들리고, 그냥 고요한 게 너무 좋았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걸으면서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데크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겨울에도 걷기 편했다. 미끄러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날은 괜찮았지만, 혹시 모르니 옷은 두껍게 입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쉬엄쉬엄 끝까지 갔더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걷고 싶을 정도였다. 

2. 산막이마을과 느린 풍경들 – 과거가 머문 마을

산막이옛길을 끝날 때쯤 산막이마을에 들어섰다. 작은 마을인데 분위기가 정말 독특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 입구에 장작 창고랑 오래된 찻집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문 열자마자 장작 타는 냄새와 유자차 향이 확 느껴졌다. 안에서 따뜻한 유자차 한 잔 마시고 나니 얼었던 몸이 풀렸다. 밖으로 나와서 마을을 천천히 둘러봤다. 집집마다 낮은 담장이 있고, 장작이 쌓여 있고, 처마 밑에는 곶감이 매달려 있었다. 진짜 사람이 사는 마을이구나 싶었다. 관광지처럼 꾸며놓은 게 아니라 원래 이곳만의 생활 모습이라는 게 느껴졌다. 마을 안쪽에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살짝 얼어 있었다. 요즘 시골에서 보기 어려운 아이들 몇몇이 나뭇가지 던지며 놀고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은 땔감을 바구니에 담고 계셨고. 그냥 평범한 일상인데 왜 이렇게 보기 좋은지 모르겠다. 사진 찍기보다는 그냥 눈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었다. 마을회관 옆에 옛날 교실을 재현해 놓은 전시관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나무 책상이랑 칠판, 삐걱거리는 의자가 있었는데 갑자기 초등학교 때가 생각이 났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생각나게 하는 곳은 요즘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앉아 있다가 나왔다. 마을 전체가 크지 않아서 30분이면 다 볼 수 있는데, 나는 한 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천천히 걷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바쁠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오히려 느리게 돌아봐야 사소한 옛 모습까지도 볼 수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을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을의 시간은 아직도 그 옛날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좋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3. 연하협 구름다리와 괴산 곳곳 소소한 여행

산막이마을에서 나와서 차로 15분 정도 가니까 연하협 구름다리가 나왔다. 길이 167m, 높이 50m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진짜 높았다. 겨울에도 개방한다고 해서 올라가 봤다. 바람에 다리가 살짝살짝 흔들거려 처음엔 많이 무서웠다. 어느새 무서움보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그냥 계속 걸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깊은 계곡 사이로 눈 덮인 바위들이 보이고, 얼음 낀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멋진 풍경이었다. 여기서도 사진을 원 없이 찍었다. 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 괴산 읍내로 갔다. 산막이시장이라는 작은 시장이 있어서 들어가 봤다. 규모는 작지만 지역 농산물이랑 수제청 같은 거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시장 안에 있는 국숫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겨울에 먹는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정말 꿀맛이었다.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식사하고 나서 동진천 산책로도 걸어봤다. 여기도 조용하고 예뻤다. 괴산은 크지 않은 동네인데 은근히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았다. 자연드림파크도 근처에 있다고 하던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갔다. 다음에 오면 꼭 가봐야겠다. 

여행을 마치며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시끄럽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자연인 것 같다. 괴산이 딱 그런 곳이었다. 괴산에서 느낀 건, 사람들이 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거였다. 식당 사장님도, 카페 주인도, 지나가는 동네 분들도 전혀 바빠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보고 가세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처음엔 그냥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천천히 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나도 어느새 그 속도에 맞춰졌다. 하루가 모자랄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게 좋았다. 다 보지 못한 게 아쉬움보다는 다음에 또 올 이유가 생겨 좋았다.